저는 궁합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제 배우자의 운, 즉 궁합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자신의 사주에 나타나는 것과는 다소 다른 삶을 사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하구요.
아마 자신의 운을 고치는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이 궁합이 아닐까 하는데요...
궁합을 볼 때는 두개의 사주를 놓고 여러가지를 따져보는데, 가장 기본적으로는 합 또는 충이 있는지를 봅니다.
갑을병정.., 자축인묘.. 하는 10간 12지의 글자들간에는 서로 합이 되는, 또는 충이 되는 글자들이 있는데, 서로의 사주에 이런 글자들이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죠. 궁합보러가면 보통 가장 처음 얘기하는 것이고, 사주를 볼 줄 몰라도 글자간의 합충이 되는 공식만 외우면 볼 수 있기 때문에 초보들은 이것만 가지고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기는 하지만 합충만 가지고는 사실 결론을 낼 수 없습니다.
아래 그림이 두 사주간의 합충을 나타낸 것인데, 파란색 화살표는 합, 붉은색은 충을 나타냅니다. (실존 인물의 사주가 아닙니다.)
궁합을 말 그대로만 해석하면, 이렇게 서로 같은 자리(궁)에 있는 글자들끼리의 관계(합)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꼭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자리, 궁에 있는 것을 우선합니다.)
그 중에서도 각 사주의 좌측에서 두번째 자리인 일주의 자리가 가장 중요한데, 위 사주의 좌측을 남자, 우측을 여자로 간주하였을 때, 갑(甲)과 기(己)에 해당하는 글자(위치)로, 여기서는 갑기합이라 해서 두 글자가 서로 합이 됩니다. 그 옆의 3번째 자리는 경(庚)과 갑(甲)이 충이 되어 있습니다.
합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합한다, 묶인다, 서로 잘 맞는다, 끌린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충은 충돌, 갈등, 싸움, 부딪힘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일주라는 것은, 해당 사주에서 자기 자신을 뜻하는 글자이기 때문에, 일주간에 합이 있으면, 처음보는 순간 아, 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 사주는 일주의 아래 글자인 자(子)와 축(丑)간에도 합이 있는데, 일주의 아랫자리가 배우자 자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 사주는 정말 만나기만 하면, 저 사람이야 하고 눈에 불꽃이 튈 수 있습니다.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합이 아닌 충이 일주의 자리에 있으면, 좀 힘들어 집니다. 상황에 따라 서로 좋아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충은 결국 충돌, 싸움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단 싸움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인지 아닌지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데, 막상 서로 그렇게 싸우면서도 결국 살기는 사는 사람들을 보면, 옆에서 보기는 힘이 들어도, 막상 자기들끼리는 그런 싸움이 일상화 되어 크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는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합니다.
어쨌든 궁합을 봐주는 입장에서는 충이 많으면, 그 중에서도 특히 일주의 자리가 충이 되는 경우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의미 상으로 좋다고 해도 결국 겉으로 시비가 잦으면 아무래도 사람사는 것이 고달프기 마련이죠.
반대로 합이 많으면 서로 도움이 안되도 헤어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합충만으로는 결론을 내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한번은 두 사주가 거의 다 합으로 이루어진, 8글자 중에 7글자인가가 합이 되는 궁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처음보는 순간, 상대방에게서 후광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고 하더군요. 부처님도 아니고... 여하튼 사람에게서 빛이 난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배우자에게서 후광을 보았다는 경우를 몇 번 보기는 했는데, 합이 너무 많으면 서로 죽고 못사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사는 것이 좀 고달파(?) 질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은 일주간에 육친을 보는 것인데 (육친에 대해서는 만세력 보는 법 참조),
오행의 관계에서 목에 해당하는 사람은 토가 재성 즉 부인에 해당하고, 여자인 경우 관에 해당하는 금이 남편이 됩니다.
위 그림에서는 푸른색인 목이 황색인 토를 만나서 남자가 부인을 만난 격이 되는데, 이것이 반대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자가 목이고, 남자가 토에 해당하는 경우인데, 이런 경우 합이 있으면, 서로 끌릴 수는 있는데, 부인, 또는 남편이라는 인상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보통 언제 배우자가 나타나느냐를 볼 때 이 오행 상 배우자에 해당하는 기운이 운에서 언제 들어오느냐를 보는데, 꼭 자신에게 배우자에 해당하는 기운을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항상 맞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엄마 같은 여자를 만나 사는 남자도 있고,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 사는 여자도 있고, 친구 같은 애인도 있고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궁합(형식적인 의미)은 이 정도라고 보는데, 위 사주에서는 남자의 경우 부인에 해당하는 기(己)토가 자신의 사주에 나타나 있고, 여자의 경우 남편에 해당하는 갑(甲)목이 역시 자신의 사주에 여러개 나타나 있습니다.
서로 간에 이미 자신의 사주에 나타나 있는 천생연분을 만난 것이죠. 천생연분이란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이미 나에게 주어진 인연을 만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그 천생연분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은 천생연분을 만나면 그것이 최고인줄 알지만, 그 천생연분이 길인 사람이 있고, 흉인 사람이 있습니다. 길이면 좋지만 흉이면 천생연분을 만나서 나쁜 일이 생기는 것 입니다.
가끔 보험금을 타먹기 위해 배우자를 어찌했다는 신문기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 사람이 내 천생연분일 수도 있고, 그것이 바로 천생연분을 만나서 팔자데로 살다 간 것일 수도 있다는 말 입니다.
그래서.. 본래 내게 주어진 팔자데로 산다면, 사실 이미 천생연분을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천생연분이죠.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궁합을 본다는 것은 거기에 인위성이 가미 되는 것으로, 천생연분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천생연분 필요없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따져본다는 의미가 됩니다.
결국, 천생연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실제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진다는 말이죠. 그것이 용신의 의미이고 궁합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됩니다.(용신궁합)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평생 그 사람을 떠나지 못하고 고생하면서 사느냐, 서로 그냥 그렇지만,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나서 사느냐의 문제가 되겠습니다.
물론 서로 사랑하고, 또 삶의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면서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그런 경우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고, 보통은 이 사람이 내 사람인갑다 하고 자기 암시를 하면서 좋으면 좋은데로, 나쁘면 나쁜데로 그냥저냥 사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궁합을 볼 때는 남자쪽에서 물어보는 것인지, 여자쪽에서 물어보는 것지를 정확히 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손해보는 상황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이 손잡고 와서 물어보면 곤란합니다.
만약 남자가 운이 안좋아 한창때 놀고 먹어야 하는데, 여자가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일해서 먹여 살리는 팔자다... 남자 입장에서 물어본다면 당연히 적극 추천할 좋은 궁합이라고 할 것이고, 여자 입장에서 물어본다면 절대,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겠죠. 물론 두 사람이 너무 많이 많이 많이 사랑해서 그 모든 상황을 다 받아들일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어찌되었든 궁합을 본다고 했을 때는 결국 나에게 이익이냐, 손해냐를 따지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생각하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운의 흐름인데, 궁합이 맞아서 서로 끌리고, 기세 상으로도 서로 도움이 되지만, 운이 안좋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래서 궁합을 그냥 한마디로 좋다, 나쁘다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인데, 운에 따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좋을 때, 여자가 안좋고, 여자가 좋을 때 남자가 안좋고, 서로 보완이 된다면 좋겠지만, 두 사람 다 운이 같은 시기에 많이 안좋다면 문제가 됩니다. 결국 돈이 웬수인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죠.
서로의 사주 간에 합이 많아서 떨어지기 힘들다면 괴로워도 견딜 수 있지만, 보통은 그냥 잘 살 궁합이라도 운이 안좋아 사는게 힘들다 보면 결국 이게 아닌가 보다하고 헤어지게 될 수도 있는 것 입니다. 물론 얼마나 어려우냐 하는 것은 운의 정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여하튼 운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서로 궁합이 나쁘다면야 운까지 나쁜데 당연히 만나야 할 필요가 없겠지만, 궁합이 맞고 서로 좋아하는데, 10년 뒤, 혹은 20년 뒤 운이 바뀌어 이렇게 되면 안타깝지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운이 바뀌면 변합니다.
그런 상황에서의 결정은 결국 본인들의 선택이 되겠지만, 대부분 그런 상황을 살아보지 않은 다음엔 운이 나쁘다는 것만으로 미리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 반대로 서로의 운차이가 너무 크면, 보완이 되는게 아니라, 헤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남자가 운이 안좋은데, 여자가 운이 좋다면, 아직까지는 세상에 남자가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보니, 여자가 나가서 벌고, 남자가 집에서 살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경우 남자가 집안 살림을 돕지 않고, 여자쪽에서 집안밖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부인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고, 더 큰 문제는 남자쪽에서 느끼는 박탈감이나, 자격지심이 커질 경우 술이 왠수가 되는 불미스러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남자운이 많이 좋은데, 부인은 별로인 경우, 남자가 너무 바빠 집안을 살피지 못하는데 부인은 운이 안좋아 자꾸 집안에 문제가 생겨서 남자가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운이 좋아 잘나가다 보니 남자가 딴짓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궁합, 정리해보면,
서로간의 합충 즉, 서로 눈에 드느냐, 마음에 맞느냐,
육친 즉, 서로의 역할이 맞느냐,
용신 즉,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
그리고 운의 흐름 즉, 앞으로 잘 살겠느냐가 되겠습니다만,
실제로는 이 모든 것이 서로 어느 정도씩 섞여 있고, 또, 운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한마디로 궁합이 좋다, 나쁘다를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어떤 때는 좋았다가, 또 어떤 때는 나쁘고, 어떤 점은 좋은데, 또 어떤 점은 나쁘고 하기 마련이고..
또 하나의 문제는 좋다, 나쁘다의 기준 조차도 자의적이라는 것 입니다.
물론 사주에서는 기세의 득실에 따른 기준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사람 사는 것이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 이해득실만을 따져서 될 일도 아니고, 궁합을 봐주는 입장에서 좋다고 말해주는 것이, 실제 당사자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고, 연령차이, 세대차이, 경험의 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궁합을 볼 때는 궁합을 보는 이유를 먼저 잘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팔자를 노력으로 바꾼다는 것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데, 궁합에 대해서는 선택에 의해 바뀔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운명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