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란 한문으로 四(넉사), 柱(기둥주)로 4개의 기둥이라는 뜻인데,
아래 그림과 같이 위아래 2글자가 합하여 하나의 기둥이 되고, 다시 그 기둥 4개가 모여, 사주가 됩니다.
이렇게 사주가 모두 8글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주를 흔히 사주팔자라고도 하는 것이지요.
사주에서 4개의 기둥은 각각 년, 월, 일, 시를 나타내는데, 이것은 사주가 옛날 사람들이 시간을 기록하던 방식인 60갑자를 이용하여 내가 태어난 일시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며, 결국 사주란 그냥 간단히 말해 생년월일시 입니다.
서양력이 보급되기 전의 옛날 사람에게 생시를 물으면, 지금처럼 1980년 11월 5일 오후 3시 입니다가 아니라, 갑신년 병인월 정축일 기유시 입니다 라고 답할 것 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사주팔자 = 나의 생년월일시라는 말이니, 사람들이 흔히 쓰는 "아이고, 내 팔자야" 라는 말은, "아이고, 내가 왜 그때 태어났을까" 라는 말과 동일한 것 입니다.
그런데 "아이고, 내 팔자야" 라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지금 현재 자신의 삶을 한탄할 때 쓰는 관용어구이니, 여기서 팔자는 자신의 인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실제 사주를 믿고 안믿고를 떠나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팔자라는 말 속에 이미 생년월일시가 그 사람의 인생을 규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하튼, 그럼 도대체 그 시간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 영향을 준다면 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일까요 ?
여기서 시간이 과연 무엇이냐를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고로, 그것은 현대 물리학의 과제로 남겨두고, 한걸음 물러나서,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간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생각해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 나타나게 됩니다.
시간이란 것은 하나의 단위로서, 천문, 즉 우주의 천문 현상을 표현하는 단위 입니다.
많은 단위가 있지만 그 중에 그냥 우리가 흔히 쓰는 년월일시 할 때의 그 1년을 보면, 지구 공전주기의 특정 지점을 기준으로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오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1년으로 합니다. 1달은 그것을 12로 나눈 것이며, 1일은 지구가 한번 자전하는 단위를 말하고 1시간은 그것을 24로 나눈 것을 말합니다.
과거 조상님들이 사용했던 시간 또한 지금의 것과 다르지 않아서, 역시 지구의 공전과 자전이라는 천문현상을 기준으로 하였는데, 다만 지금 처럼 몇년 몇월하는 식의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 무자년 갑인월 하는 식의 60갑자라는 단위를 사용한 것 뿐입니다.
따라서 시간을 안다는 것은, 현재 지구가 공전주기, 자전주기 상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즉, 이 우주 속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안다는 것과 동일하다는 말이고,
이를 정리하면 사주팔자 = 나의 생년월일시 = 내가 태어난 때, 나의 우주 상에서의 위치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사주가 시간 상의 개념이었는데, 이제부터는 공간 상의 개념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자, 그럼 저 우주 상의 위치가 나타내는 공간적 특성은 무엇일까요 ? 그 특성이 무엇이길래 사람의 인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걸까요 ?
여기서 말하는 공간적 특성은 지구의 공전주기라는 우주 상의 위치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에 의해 결정되는 사계절이 될 것 입니다. 따뜻했다가 더웠다가 서늘했다가 추워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특성이지요.
그래서 사주를 말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이 바로 이 태양의 영향, 사계절의 영향을 말합니다만, 아래의 그림을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이 그림은 고려시대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전기에 제작된 우리 조상님들의 뛰어난 업적 중 하나인 천상열차분야지도 입니다. (이미지는 천문노트의 오길순 님이 작성하신 것 입니다.)
여기에는 하늘에 나타나는 수많은 별자리가 매우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는데, 각기 사방 즉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으며, 그 방위는 그림의 바깥쪽 테두리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子)자, (午)오, (卯)묘, (酉)유와 같은 글씨인데요, 이 글씨는 12지지라고 해서 사주에서 사용하는 60갑자 중 지지를 이루는 글자와 같은 글자들 입니다.
사주에서 사용하는 60갑자는 시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위의 천문도에서와 같이 우주 속에서의 동서남북, 공간적 위치를 나타내기도 하며, 그것은 결국 그 방향에 어떠한 별자리가 있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말도 된다는 것이지요.
자 그럼, 이렇게 별자리를 나타내고자 했던 이유가 있었을텐데요, 그것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사계절의 구분이 생기는 것 처럼, 그 외의 모든 별과 별자리들 즉 이 우주 전체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주 전체가 아닌 태양과의 관계만 생각했다면, 굳이 천문도까지도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사계절이 반대인 지구의 남반구는 북반구와 사주가 달라야 했을 것 입니다.
여하튼, 지구가 끊임없이 우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 바로 이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출발했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지금의 과학 수준으로 100%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것이 자외선이 되었던, 감마선이 되었던,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지금 현재도 끊임없이 지구로 날아들고 있고, 또 그런 미지의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망원경들과 각종 탐사 장비들이 24시간, 상시대기하며 우주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마선, 자외선, 뭐 그런 것들을 모르던 과거 우리 조상님들은 지구가 우주로부터 받는 영향을 그냥 통털어 간단하게 기운이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좀더 구체적으로는 북쪽의 기운, 남쪽의 기운, 동쪽의 기운, 서쪽의 기운 그리고 중앙의 기운 이렇게 다섯가지로 구분을 했고, 여기에 음양오행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던 무언가 영향을 받기는 받았고, 그것을 음양오행이라 했으니, 그 음양오행이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를 알면 되겠는데, 그것은 다음에 설명을 하기로 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다시 정리를 해보면,
사주팔자 = 나의 생년월일시 = 내가 태어난 때, 나의 우주 상에서의 위치 = 내가 태어난 때, 그 위치에서 우주로부터 받은 기운
즉, 사주팔자 = 내가 태어날 때 받은 음양오행의 기운이 됩니다.
요즘처럼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는 수천년이나 전에 나온 음양오행 이론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이론의 맞고 틀림을 떠난 수많은 편견과 오해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 과학문명이 지금보다 떨어지는 시기에 나온 것 이라고 해서, 그냥 미신이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으로부터 별로 오래되지 않은 시절 외국인들은 우리가 김장독을 땅에 묻는 것을 보고 미개하다고 했습니다. 과학기술이 떨어지니 냉장고 같이 보관할 곳이 없어 땅에 묻는다고 생각했지요.
지금은 어떤가요 ? 이제는 김치냉장고를 팔아먹는 시절이 아닙니까 ? 하지만 그래도 김치맛은 땅에 묻은 김치독만 못하죠. 그것은 토의 기운이 저장, 숙성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 맛을 더욱 좋게 숙성시켜주기 때문인데요,
결국 인간이 아무리 재주를 부려봐야 아직은 우주자연의 이치를 완벽히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 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지하여 우주변화의 원리와 조상의 지혜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지, 그것이 본래 미개한 것이 아닙니다.
사주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사주의 원리를 이해못하는 것이지 사주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한 분명한 것은, 사주가 인간이 이 우주를 벗어날 수 없는 한 그 영향을 받고 살 수 밖에 없다는 명백하고도 객관적인 사실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으로서,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 볼때도, 제대로 이해해보려 하기도 전에, 사주가 마치 아무런 근거도 없는 미신인 듯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 입니다.
우주로부터 받았다는 음양오행의 기운이 정말 어떤 영향력을 가지기는 한 것인지, 뭔가 영향력을 가진다고 해도 과연 그것이 정말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인지, 그것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이며, 학문적 검증의 영역 입니다.
따라서, 현대 과학이라면 무조건 맞다고 믿고, 과거의 전통이라면 무조건 근거 없는 미신이라는 편견,
내가 제대로 모르고,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
그런 생각들부터 빨리 버리고,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조상의 지혜를 대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