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사람이 홍삼은 아무나 먹어도 되고, 뭐에도 좋고, 뭐에도 좋고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라고 말하며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까불지 마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약재에는 주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뭐 하나를 놓고 그것이 가진 미미한 효능 하나하나를 전부 얘기하자면 끝도 없이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것은 큰 의미가 없고, 주요한 기능이 뭣이냐를 봐야 합니다.
약재는 그 약재의 기능과 쓰임에 따라 청열, 사하, 해표, 이기 등등 여러가지로 분류를 하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보약입니다.
해마다 때가 되면 흔히 보약 좀 먹는다 하는데, 보약은 부족한 것, 허한 것을 보한다, 보충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약재가 무엇을 보하느냐에 따라 기혈음양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보기재, 보혈재, 보양재, 보음재가 있을 것이고, 기운이 떨어지는 사람은 보기재를, 비쩍말라 혈이 부족한 사람은 보혈재를 먹으면 되는 것이죠.
여기서는 사주를 봐주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에 대한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 위주로 보려고 합니다.
- 매실(매실액,오매)
배탈, 설사, 소화불량에 효과가 좋습니다. 한약재로는 오매라고 하는데, 보통 사람들이 매년 담아 먹는 매실액도 좋습니다. 먹기도 편하고 보관하기도 편하고, 요즘엔 숙성된 매실액 자체를 파는 곳도 많습니다.
맛도 새콤달콤하니 좋은, 소화흡수를 도와주는 대표적인 약재로 음식 만들 때 설탕 대신 넣어도 좋고 쓸모가 참 많습니다.
살 안쪄서 고민하거나, 소화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좋습니다.
- 진피(귤껍질)
진피는 귤껍질을 말하는데 소화불량에 효과가 좋습니다. 제가 예전에는 소화불량으로 고민한 적이 없어 별 신경을 안썼는데, 근래 회사일로 몸이 힘들어 소화가 잘안되던 중 누가 귤을 껍질째 먹어보라고 해서 먹어봤더니 바로 한 5분 만에 트림이 나면서 배가 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진피가 소화제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약성이 강한지는 몰랐는데 진피의 소화력이 좋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시중에 파는 귤은 껍질에 뭘 발라서 판다 하니 믿을 수가 없어 아예 첨부터 귤껍질만 따로 말려 가루로 내어 파는 것을 사다 놓았는데, 값이 워낙 싸고, 향도 좋아서 먹기 편리하더군요.
나중에 알았는데 제약회사에서 파는 까스명수의 주성분이 바로 진피였습니다. 까스활명수
그런데 소화제를 가끔 먹는 것은 괜찮겠지만 모든 약이 그렇듯이 상복하는 것은 오히려 소화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좋지않습니다.
- 당귀, 천궁
당귀는 보혈재로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혈 작용이 기본이니 혈이 부족하여 어지럽다, 저리다 하는 때에 도움이 되며, 쉽게 말하면 혈액 순환의 개념이 되며, 몸이 차다, 손발이 차다고 하는 경우에도 천궁과 함께 쓰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혈은 근육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혈이 부족한 사람은 마르고, 몸이 뻗뻗하여 굳고 그로 인한 통증도 동반됩니다. 혈이 보충되면 그런 문제도 같이 완화되는데, 당귀는 혈을 생성하는 능력 자체를 보완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원적인 해결로는 부족합니다.
인터넷으로 당귀천궁을 찾아보면 당귀와 천궁을 끓여 음료수 처럼 마실 수 있도록 한 제품도 있고, 직접 당귀와 천궁을 끓여 차로 마시는 방법, 포도와 함께 발효액을 만들어 먹는 방법도 나오는데, 포도는 보혈 작용을 하는 과실이기 때문에 당귀와 궁합이 맞는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혈이 부족해도 몸이 뜨거워서 문제가 되는 사람은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 오가피
오가피는 열성 약재로 사지, 손발이 차다 할 때 효과가 있습니다. 광고 나오는 것을 보면 가시오가피를 많이 파는데, 가시오가피가 오가피보다 좋다고 할 수는 없고, 특성이 좀 다른 것으로 잘모르고 일반적으로는 쓰는 의미에서는 오가피를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 카레(강황)
카레도 약입니다. 텔레비전 광고에는 그냥 몸에 좋은 카레 많이 드세요 하고 나오는데, 그냥 몸에 좋다고 하면 안되고, 뭐에 좋은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카레의 여러 성분 중 노란 색깔을 내는 것이 강황인데, 강황은 한습한, 즉, 차고 습한 증상을 개선해주는 보양제 입니다. 그리고 보양제는 하초에 작용하는 약재가 많은데, 강황도 하초, 생식기의 한습증을 치료하는데 주된 효과가 있습니다.
하초, 생식기의 한습증이 대표적인게 남자들의 경우 낭습인데, 보통은 그런걸 잘 모르니 그냥 땀이 많은가보다, 습진이 있나 하고 생각합니다. 여자들도 아래가 차서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기는데, 이런 분들에게 좋습니다.
- 녹용,녹각
녹용도 잘 알려진 약재인데 대표적인 보양재로, 보양이라는 것은 몸을 뜨겁게 한다는 말입니다.
녹용은 가격이 상당히 비싼 약재인데, 열이 위로 뜨기 쉬워서 제대로 쓰지 못하면 비싼 값에 비해 손해만 볼 수 있으니, 녹용을 제대로 쓸 줄 아는 한의사의 처방없이 먹기는 힘들고,
녹각은 당귀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값이 훨씬 싸고, 열이 위로 뜨는 부작용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따로 먹기는 힘드니, 저 같은 경우는 사골 끓일 때 같이 넣고 끓여서 먹기도 합니다.
녹각 자체가 뼈 성분으로 골다공증 같이 뼈가 약한데에도 쓰이니, 사골국에 같이 우려먹는 방법이 나쁘지 않다고 보입니다.
- 지황(경옥고, 지황고)
지황은 보음재로 성질이 매우 찬 약재이기 때문에, 여름에 찬 것 많이 먹으면 설사 하듯이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차니까 당연히 몸에 열이 많은 경우 물을 부어 열을 내리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데, 약성을 잘모르는 사람이 먹기는 좀 힘들고, 지황을 주재료로 하여 만든 경옥고나, 지황고 같은 것이 먹기가 편합니다.
요즘 식품으로 만들어서 파는 것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황을 꿀하고, 몇가지 섞어서 5일 동안 끓이고 식히고 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차가운 성질이 많이 중화가 되는 반면 직접적으로 열을 끄는 효과는 줄어듭니다.
주요한 역할은 정을 보충해준다고 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성적인 능력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력적으로 일한다고 할 때의 의미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 능력을 성적으로 활용하면 그런 정력이 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근원적인 능력, 힘의 원천 정도로 보면 됩니다. 단순히 기운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지쳤다,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것 같다고 할 때 그것을 보충해주는 의미가 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실험(?) 해 본 바에 의하면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이 체력이 좋아진다,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일부 보혈의 의미도 있는데, 위에서 당귀가 근원적인 해결로는 부족하다고 한 것에 비해 혈을 생성하는 근원적인 능력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며, 정, 혈이 부족해지는 여성의 갱년기 증상에도 효과가 좋고, 혈이 부족해서 생리통이 심한 경우 많은 도움이 되는데 사주로 보면 수, 목이 기운이 부족해서 간이 약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장부로 보면 간, 신장을 보하고, 신장은 정의 유지에 주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그리고 뇌, 골수, 뼈, 머리카락 등을 주관하니 지황이 이런 쪽에 도움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것을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어차피 처방은 동의보감에 나와있는 것이기 때문에 재료나 만드는데 있어 차이가 크게 난다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되고, 저 같은 경우도 좋은 재료를 썻다고 하면서 비싸게 받는 제품은 피하는 편입니다.
지황으로 만든 것이라 소화력이 많이 약한 사람은 설사를 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때 매실액과 함께 먹으면 소화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 쌍화차
여러개의 약재를 섞어 끓인 것으로, 작약, 당귀, 천궁 등의 보혈재가 들어가고, 위에 언급한 지황을 9번찌고 말린 숙지가 들어감으로서 생혈, 보혈의 작용이 주가 되는 약재입니다. 요즘은 식품으로 제조되어 파는 곳이 많이 있고 마트에서도 음료수로 파는 것을 본 것 같은데, 다만 그런 것은 많이 희석이 되서 파는 것이라 약성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산삼, 인삼, 홍삼
인삼은 보기재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 특산품이고, 명절에 선물로도 많이 주고 받습니다. 지금 글쓰고 있는 오늘 점심 때 홍삼 선물 세트가 왔길래 오... 이게 왠... 했는데, 배송이 잘못됐더군요. 반송했습니다.
저야 요모저모 쓸데가 많으니까 있으면 좋기는 한데, 다른 사람들 보면 실상 그 가격에 비해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좋은지도 모르면서 그냥 비싸고 좋은 약재니까 아껴 먹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쓸모없는 약이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약재 자체는 제대로만 쓰면 그 가격 만큼 좋은 약입니다.)
그래도 한약은 금방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만, 옛날 조선시대 때 임금이 사약을 내렸는데, 이건 한약이니 최소 한달은 정성껏 드셔야 효과가 납니다 하고 얘기할까요 ? 그건 분명 잘못된 얘기이고 제대로 먹으면 바로 당일 반응이 나옵니다.
저같은 경우는 쌈밥 집에서 당귀 잎만 몇 쪼가리 먹어도 한시간 뒤면 등짝이 후끈해지는데요, 인삼을 먹었는데 잘 모르겠다... 물론 본인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를 몰라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그렇지 않은 다음에는 별의미가 없는 것이죠. 어차피 보약이니까 그냥 먹어두면 좋겠지... 는 무슨...
특히 산삼은 인삼에 비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데, 사실 저같으면 산삼 살 돈이면 인삼을 많이 사겠습니다.
약의 효과에 대해, 특히 산삼의 효과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삼에 없는 뭔가가 산삼에 있다고 해도 그 가격 차이 만큼 몇 배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 이상 그 만한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게다가 대부분이 비싼 만큼 효과가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먹는 것이지, 정확히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만한 돈을 주고 먹는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밥 한숟가락에 배가 부르지는 않으니 누적된 작용에 의해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분명 있으니, 사실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만, 밥 몇 숟가락 먹을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배가 불러지는건 아니듯이, 무조건적으로 오래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분명 아닙니다.
쓰는 법을 모르고 그냥 인삼, 홍삼 자체만 먹는 것은 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녹차, 국화차(보음청열)
보음청열은 음을 보하고 열을 내린다는 의미인데, 열을 끈다, 뺀다는 의미에서 사(瀉)약이라고 합니다. 보통 몸을 따뜻하게 하는 보양재는 많이 보편화 되어 있는 반면 보음청열재는 제품화 되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찾기가 좀 어렵고 기본적인 성질이 차기 때문에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특성이 다 달라서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니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녹차는 어디가든 제일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인데, 성질이 찹니다. 약이라고 하기는 약성이 약합니다. 그래도 저 같은 경우는 한잔만 마셔도 배가 싸늘해지는걸 느껴서 마시고 싶지 않습니다만, 보통 회사에서는 대부분 녹차를 마시죠. 어디 회의하러 가면 커피 아니면, 녹차를 항상 기본으로 주는데, 성질이 차다는 것을 알고 마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성질이 찬 약재를 끓여서 따뜻하게 먹는다고 해서 성질이 따뜻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화도 성질이 차갑습니다. 약성은 약해서 약이라 하기는 어렵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작용을 합니다.
- 죽엽
죽엽은 대나무 잎을 말합니다. 보통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부는 모습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싸늘한 분위기에 비유하는데, 대나무의 성질이 차기 때문입니다.
방송에서 당뇨의 치료제로 죽엽, 조릿대(대나무와 비슷), 뽕잎(상엽), 노근(갈대뿌리) 등이 소개되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당뇨는 소갈증이라 해서 열에 의해 생기는 문제로 위에 나열한 것들은 모두 성질이 매우 찬 약재들 입니다.
죽엽은 죽엽차로 마트에서 파는 것을 보았는데, 다른 것들은 약재상에 주문하지 않으면 구하기가 좀 어렵고 성질은 찬 것은 같지만 적용되는 증상이나 특성은 조금씩 다릅니다.